드림/숌

갑작스러운 고백

누군가의지인 2026. 1. 10. 22:03

 

“방금 그 말은 못 들은걸로 할게.”

모든 테이블의 집중이 쏠렸다. 카페 알바생도 이용이 끝난 자리를 정리하는 척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다. 화난듯한 여자와 냉정한 남자. 그들은 책을 읽던 중인지 각자 오른 엄지를 읽던 부분에 끼우고 책상 위에 책을 쥔 오른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수학 능력평가의 영어 듣기 시간만큼이나 조용한 카페에 남자의 목소리가 차분히 울린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하지만 진심이에요.”

여자는 뒤늦게 시청률을 자각하곤 남자의 손을 잡아 문으로 이끌었다. 남자는 손가락을 얽듯이 여자의 손을 고쳐쥐며 뒤따라갔다. 이제부터 카페는 두 사람의 상황을 추리하는 소리로 가득 찰것이다.

장현우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자신을 어린 아이 취급하는 것은 조금 불만이지만, 그걸 뛰어넘어 쟁취해내고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열렬히 좋아해왔다. 하지만 현우는 아직 학생이고, 그 사람은 꽤나 고지식하기 때문에 매일 좋아한다 전하고싶은 마음을 꾹 참아왔다. 비록 아까 카페에선 실패했지만, 짧지 않은 세월을 견뎠다.

그 사람은 책을 좋아했다. 남들의 머릿속을 보는 것 같아 재밌다고 했다. 현우는 책에 푹 빠진 그의 모습을 좋아했다. 인쇄된 종이를 읽는 것 만으로 시시각각 감정을 바꾸고 표정이 변화한다. 책을 보기 위해서 내리깐 눈도, 집중해서 앙 다물어진 입술도 좋다.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볼 뿐인데 좋아하는 마음이 지금도 풍선처럼 부풀어간다. 오늘은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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