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숌

숌 인어AU

누군가의지인 2026. 2. 18. 16:29

파도가 해안을 갉아먹고 포말로 뒤덮던 날이었다.
뱃사람은 바다를 두려워하여선 안 된다. 뱃머리가 부러지고 물결이 성을 내어도 결코 그에 넘어가 거꾸러져서는 아니 된다. 자신이 사냥하려는 것에 사냥당하는 것 이상으로 범할 수 있는 어리석은 죄가 없다.
그러나 그날은 무엇인가 달랐다.
야트막한 조각배를 띄워 넓게 펼친 돛에 바람 따라서 가는 고기잡이. 통발을 두고 그물을 펼친 다음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적한 바람이 결을 따라 뺨을 부드럽게 스친다. 온화한 일상은 끝없이 이어지고, 오늘도 다른 모든 날과 같은 평화로운 날이었어야 했는데.
그물이 요동친다. 끊어지지 못한 억센 망이 발버둥하며 자유를 찾으려 그랬다. 배에 몸을 뉘이고 있던 쿠로키 쇼자에몽은 그 소리에 다시 일어섰다. 그물을 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고기가 잡혔다. 그물이 움직이는 크길 보아선 대어임이 분명했다. 마을의 친구가 들었다면 틀림없이 다 망가져 약초가 새는 바구니를 들고 행운이라며 부러워했을 광경이었다.
뱃사람은 바다를 두려워하여선 안 된다. 뱃머리가 부러지고 물결이 성을 내어도 결코 그에 넘어가 거꾸러져서는 아니 된다. 자신이 사냥하려는 것에 사냥당하는 것 이상으로 범할 수 있는 어리석은 죄가 없다. 당연한 이치, 한 그루 검은 나무처럼 보이는 밤바다에 고개부터 거꾸러질 때, 이미 당신은 바다에 잡아먹혔다.
그물을 끌어 올리던 쇼자에몽이 이상을 깨달은 건 그즈음이었다.
참치라기엔 얇은 지느러미. 바닷장어라기엔 비늘이 뚜렷하고, 상어라기엔 그보다 더 밝은 회백색이다. 그건 그가 봐왔던 그 어떠한 물고기와 달랐지만, 그는 이것의 이름을 알았다.

“......인어.”
“-...--...”

뻐끔거리는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포말에 흩어져 들리지 않는다. 어류에게서는 있으면 안 되는 그물 틈을 비집어 잡은 손가락과, 눈꺼풀이 존재하는 눈을 마주했을 때 그는 이 모든 것이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신은 인어인가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긴 머리카락이 수중에서 넓게 퍼져갔다. 하늘에 뜬 달이 밤바다에 윤슬을 비추었다.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는 인어가 어찌하여 이 그물에 걸렸나. 다시 보면, 지느러미의 비늘 몇 개가 까져 물에 불은 상처를 내고 있었다. 아, 이럴 게 아니었다. 상대가 일반적인 물고기였다면 이토록 당황하지 않았을 일,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닮았다는 사실 하나가 긴 죄책감을 불렀다. 그는 황급히 그 인어를 배 위로 끌어 올렸다.

“상처 치료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에게 보이면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물에서 지내야 하면 바다로 돌려보내 드릴 테니 다음에 뭍으로 오겠나요?”

처음 본 인어. 대체 왜 그 첫 만남부터 이런 호의를 입에 담는지는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고.


커미션 결과물입니다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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