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타마 란타로 쿠로키 쇼자에몽 성장IF 연애드림

“하나마루씨. 정신이 드셨나요? 몸은 괜찮으세요?”
약초를 갈아 약을 만드는 평화롭고도 일정한 소리에 기절했던 하나마루 유메는 찌뿌둥하고도 아픈 몸을 일으켰다. 불운한 선배를 닮아 착하고 다정하신 보건위원장 이나데라 란타로는 졸고있던 1학년을 깨워서 들고있던 약연을 쥐어주고는 조금 긴장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다.
“어디 아픈 곳은 없나요?”
“...”
“이곳은 어딘진 아시겠나요?”
“...”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
감각이 있는 모든 곳이 아프다. 이곳은 인술학원의 보건실. 당신들에게 나는 하나마루 유메.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지만 막 깨어난 머리 속은 멍했고, 뒷목은 집중 공격을 당한 것처럼 특히나 아팠으며, 머리는 뒤늦게 몰려오는 고통을 견디는데 필사적이라서 기척을 숨길 정신도 없이 급하게 문을 열고 뛰어들어온 쇼자에몽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나마루 유메가 기절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시간 전. 당고 가게의 점원으로 손님을 안내하고 주문을 받는 일상은 언제나처럼 평화로웠으나, 지금부터는 다르다. 인술학원 역사상 최강의 문제아들이라고 불리는 6학년 하반이 마을에서 실습을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반 내에서 2인 1조를 이루어 한 명은 남편 역, 나머지 한 명은 아내 역을 맡아 소문을 조사한다. 올해 6학년들, 특히 하반은 유독 여장을 부끄러워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뻔뻔하게도 여장한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며 귀여운 척을 해댔다.
오늘은 남편 역할로 뽑힌 카토 단조. 제 위원회 선배를 꼭 닮은 긴긴한 여장은 무심코 성별보다 종족을 우선적으로 판단하게 될 정도로, 믿기지 않지만 정체를 숨기고 마을 거리에 놀러나온 성주를 반하게 만들었다. 참고로 성주는 단조라는 사람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며 아직까지도 열렬한 구애의 편지를 보내고있다. 단조의 아내 역은 쿠로키 쇼자에몽. 지금은 카토 쇼코라는 이름으로, 바샤쿠의 젊은 후계자 남편을 내조하는 아내라는 설정이다. 생명체로 분류하지도 못하는 단조의 여장?에 비교할 필요도 없이 쇼자에몽의 여장은 최고였다. 월하미인은 아니지만 소소하고 귀여운 화장으로 큼직하고 시원한 이목구비를 돋보였고, 말하기보다는 듣기 위주로. 또 자신은 낮추고 상대방을 띄우는 화법을 사용해 호감을 샀다. 쇼자에몽이 여장을 해서 실패한 임무는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쿠로키 쇼자에몽. 아니 카토 쇼코는 지금 위기에 빠졌다.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들어간 염색집에 오랜시간 절찬리에 짝사랑중인 하나마루 유메가 있었기 때문이다. 쇼자에몽은 당연하게도 자신의 여장을 하나마루에게 보이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단조에게 염색집에서 빠져나가자고 시우음을 날렸지만, 혹여나 학급위원장의 사랑이 실패할까 패닉한 단조가 일반인의 연약함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 채 하나마루의 뒷목을 손날로 강하게 내리쳤다. 하나마루 유메가 염색집에 당고를 배달하러 온 지 3분도 안된 짧은 순간에 일어난 일이다. 그렇게 하나마루는 기절했다.
하나마루를 받아낸 단조는 자신의 아내를 향해 안심하라는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쿠로키 쇼자에몽. 카토 쇼코였던 이는 기절한 하나마루를 빼앗듯 안아들고 전놈편의 정강이를 강하게 걷어찬 후 학원에서 보자며 살벌하게 말했다. 홀로 남겨진 단조는 염색집 주인의 시선을 받으며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실습은 실패했다. 짝사랑 상대는 친구에 의해 기절했다. 이 불운이면 보건위원장에게도 분명 이길 수 있을거라고 냉정하게 생각하며 여장을 풀고 하나마루의 가게에 들러 사장님께 상황을 얼버무렸다. 신원 미상의 하나마루를 친딸처럼 아껴주는 성품의 주인 부부 역시 믿음직한 쿠로키 쇼자에몽을 의심하지 않았고, 어서 가보라며 진찰비까지 쥐어주려고 했다. 인술학원 보건실로 갈 예정이라 진찰 비용은 필요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양심상 받을 수 없었다. 자신은 닌자이고 하나마루를 짝사랑중인데, 여장한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 기절시켰다...라곤 말할 수 없으니 쿠로키 쇼자에몽은 비장하게 본인이 하나마루를 책임지겠다 선언하며 퇴장했다. 덩그러니 남겨진 주인 부부에게는 정적이 흘렀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것이 상견례였다며 추억할 것이다.
무패기록의 여장에 실패담 하나가 덧쓰였으나 쇼자에몽은 지금 기분이 꽤 괜찮았다. 어쨌든 여장은 들키지 않았고, 기절했지만 품 속에는 짝사랑 상대가 있었다. 다신 없을 기회를 누리기 위해 쇼자에몽은 느긋하게 인술학원으로 향했다. 그 사이 하나마루가 깨어나면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고, 돌아가는 동안 깨지 않는다 해도 합법적으로 안을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나 작았던가.’
분명 커보였는데. 목을 간질이는 하나마루의 머리카락이 첫 만남을 추억하는 쇼자에몽을 현재로 돌려놓았다. 좋지 않은 머릿결도 하나마루 유메를 구성하는 것이기에 좋아한다. 엉성하게 맺힌 매듭을 풀어 손을 빗 삼고 긴 머리를 빗는다. 손가락 사이를 통과하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마저 사랑스럽다. 머리 묶는게 서투른 점도, 평화롭게 잠든 순수한 얼굴도 전부. 쿠로키 쇼자에몽은 5년 전 그때부터 하나마루 유메의 모든 것을 손에 넣고싶었다.
남은 한 손으로 코마츠다의 입문표에 서명하면 어느새 황혼이다. 쇼자에몽은 아직 깨지 않은 하나마루를 눕혀두기 위해 보건실로 향했다. 내려놓기 아쉽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자, 보건위원이나 환자들이 아닌 무릎을 꿇은 단조가 눈에 들어왔다. 쇼자에몽의 뒤를 따라 들어온 란타로는 반나절은 이렇게 버티고 있었을 거라며 설명했다.
“란타로, 여기 눕히면 되는거지? 깨어나면 가장 먼저 알려주고.”
밭에서 무를 뽑듯 단조를 뽑아 학급위원장위원회의 부실로 향한다. 부실보다 가까운 나가야로 향하지 않는 것은 동실인 이스케가 유혈사태가 벌어진다면 다른 곳에서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감기가 기승인 때에 굳이 환자를 늘릴 필요는 없었다. 냉정한 처사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하나마루 유메는 기절에서 깨어나 몽롱한 머리로 몰려오는 통증을 견디다가, 커다랗고 익숙한 남자가 자신에게 폭 안긴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하나마루는 안타깝게도 현대인이고, 운동신경이 조금 좋은 일반인일 뿐이고, 무로마치의 닌자들처럼 밤눈이 밝지 못했다.
“누구세요?”
경악과 어이가 휩쓸고 간 자리. 보건위원장은 짐작 했다는듯 “불운이다...”라고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며 머리를 부여잡았고, 하나마루를 끌어안은 쇼자에몽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딘가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보건실에 얼굴을 뒤늦게 내민 단조와 팝콘을 끌어안은 토라와카도 놀란 듯 숨을 멈추고 차마 어떤 말도 입 밖에 내뱉지 못했다.
하나마루 유메는 판단력이 뛰어나다. 펼쳐진 사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올바른 선택지를 고르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지금은 이 사태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유독 뒷목이 아픈건 둘째 치고, 올망올망한 눈으로 어깨를 꽉 잡고 바라보는 쇼자에몽. 팝콘을 쑤셔넣고있는 토라와카와 단조로 추정되는 넝마. 보건한 불운위원장. 쇼자에몽은 하나마루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면서 글썽이는 눈을 한 것 치고 냉정한 어투로 말했다.
“유메. 날 알아보지도 못해요? 사랑하는 남편도 기억하지 못하는건가요?”
팝콘 통으로 추정되는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남편?”
“얼마 전 성도 바꿨잖아요, 쿠로키 유메. 설마 이것도 잊어버렸나요?”
다시 말해두지만 “하나마루 유메”는 멀쩡하다. 닌자에 비해 밤눈이 어두워 알아보는 것이 늦었을 뿐이다. 유달리 친한 쿠로키 쇼자에몽은 물론이고 심지어 한 번 스쳐지나간 자칭 검호 하나부사 마키노스케까지 하나마루는 모두 다 기억하고있다.
이 쯤에서 한 가지 고백하면 하나마루는 쇼자에몽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 한 적 있다. 하지만 맹세코 그와 연애나 결혼까지는 절대! 바라지 않았다. 기대는 반드시 배신하니까 미리 싹을 잘랐다. 자신이 쇼자에몽의 부인이라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은 오히려 바라던 미래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이대로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하지만 양심이 있어야지!
“내가 부인이라고? 무슨 상황이야 지금?”
“유메... 전부 기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니 뭔소리야? 까먹은거 없어!”
“쇼짱... 그만해. 실패했나봐.”
“쳇.”
란타로가 눈치 빠르게 실패를 알리자 쇼자에몽은 혀를 찼다. 쿠로키 쇼자에몽은 이런 유치한 거짓말까지 서슴없이 사용할 정도로 하나마루 유메를 좋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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